나랑 상관없는 곳에서 쉬고 싶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사진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이 생기고 스스로 나를 깎아먹는 순간들이 많아짐을 느끼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이는 친구들의 해외여행 사진들이 부러웠다. 남들은 쉽게 가는 것만 같았던 오사카 비행기표를 출국 7개월 전에 끊고 그 순간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어떨까, 나와 상관없는 나라에서 다시는 마주칠 일 없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온전히 타인으로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 첫 해외여행을 혼자서, 카메라를 들지 않은채 내가 마주할 수 있는 순간들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관계로부터 오는 상처들에 지쳐 쉬고싶어 도망치듯이 온 여행중에 나는 인스타그램에 내가 여행중임을 실컷 자랑하기 위한 사진을 찍으며 여행을 온 사람들과 일하는 사람들을 찍었다.

온전한 타인으로서 여행을 소비하기 위해 온 사람들과 그들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내가 바랬던 혼자만의 여행중에서도 누군가는 나를 위해 일을 하고, 우리의 여행은 또 다른 누군가의 노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