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전시를 준비하다 결국 번아웃이 왔다.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냈다. 아무런 의욕이 없어 매일 변명으로 하루를 연명했다. 인스타그램에 친구들이 올리는 여행 사진을 보고 나도 해외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무작정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내 첫 해외여행이다. 

낚시를 좋아하는 아빠 덕분에 내가 겪은 여행이라고는 물 앞에서 낚시가 전부였다. 표를 너무 늦게 끊어 일곱 달의 기다림 끝에서야 오사카에 도착했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이 일상을 보내는 땅에서 특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분주한 모습의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라고 느껴졌다. 

아무 계획없이 도착한 땅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찍었다. 나는 일상을 벗어나려 이곳에 왔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존재는 일상이었다. 나의 여행은 누군가의 노동으로 만들어진다. 

예상대로 불친절하고 업무적인 간사이 공항의 직원들, 이야기하기 좋아하던 덴마 사람들, 한국인을 좋아하던 도톤보리 스타벅스 아르바이트, 니시쿠조 꽃집에서 만난 사장님과 강아지, 고양이. 나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관광지에서 누군가의 일상에 반복되는 여행객이 되어 그들의 일상과 노동을 채웠다. 

온전한 타인으로서 여행을 소비하기 위해 온 사람들과 그들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사이에 내가 있었다. 나만을 위한 여행중에서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하고, 우리의 여행은 또 다른 누군가의 노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