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 골목길에서 20년을 산 나는 재개발로 하루가 무섭게 쌓여 올라가는 콘크리트들을 보면서 그것이 거품이 쌓이는 것 같았다. 재개발로 공가가 된 곳을 친구들과 밤에 들어가서 놀던 때도 있었지만 철거되고 난 뒤 새로 올라가는 아파트들이 점점 많아질 수록 함께 놀던 동네친구들은 하나, 둘 씩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나도 결국 이 동네를 떠났다.

재개발이 되면서 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은 이곳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이었다. 쾌적한 아파트에서 벌레나 추위 걱정없이 깔끔한 공간에서 사는 삶을 동경하는 나 역시도 거품같이 금방 꺼져버릴 것 같은 꿈을 꾸는것만 같았다.

콘크리트 처럼 단단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꿈 꾼 삶은 아파트의 모습 이었을까?

거품처럼 사라진 내가 살던 곳엔 언제 그런곳이 있었냐는 듯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가 세워져 있고 그곳에서 또 많은 사람들이 언제 꺼질지 모를 거품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