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눈에서 내리던 봄비가 그쳤다. 하지만 계절이 반복되는 순간에만 반복되는 고통일까? 수많은 질문을 던져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 참사 앞에서 사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안산으로, 진도로, 팽목으로, 광화문으로 나선 것은 남은 미련 때문일까

계절이 바뀌었는데도 아직 세상은 그대로다. 질문들 가운데 그나마 답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나조차도 기억이 점점 멀어져 간다는 것이다. 잊지 않겠다며 외치고, 다짐했지만, 부끄럽게도 가끔씩 잊고 지내기도 한다. 나에게 그 날의 일들은 아직도 그대로인데, 내 몸은 그 때 그 일들은 과거라고, 잊으라고 하는 것만 같다.

진도체육관에서 한 아버님이 나에게 부탁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을 한 번만 아빠라고 불러달라고, 그리고 한 번만 안아달라는 것이었다. 딸을 잃은 그 유가족은 희생자의 오빠와 내가 동갑이라고 했다. 딸이 희생되자 그의 오빠는 바로 군입대를 했다. 국가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는데, 국가가 구하지 못한 동생의 오빠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복을 입어야만 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부끄러움 없이 엉엉 울었다. 살아있는 사람을 통해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이 사진들은 2014년 5월 부터 촬영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는 작업이다.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하다.